
읽기 쉬운 글은 문장보다 흐름이 먼저다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어도 글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와, 독자가 자연스럽게 내용을 따라올 수 있는 글의 흐름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유난히 한 문장에 오래 머무를 때가 있습니다.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찾기 위해 단어를 바꾸고, 문장이 길어 보이면 두 문장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여러 번 읽어본 뒤 어색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해 글을 마무리합니다.
그런데 막상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면 이상하게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전체 글은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문장보다 글의 흐름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독자는 각각의 문장을 따로 읽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내용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읽기 쉬운 글은 꼭 쉬운 단어로만 작성된 글이 아닙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이라도 설명의 순서가 자연스러우면 독자는 충분히 따라올 수 있습니다.
독자는 앞에서 읽은 내용을 기억하며 다음 문장으로 넘어갑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전달하려는 내용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결론을 내릴지 알고 있고, 각각의 내용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반면 독자는 첫 문장부터 정보를 하나씩 받아들입니다. 아직 나오지 않은 내용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앞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이야기가 갑자기 등장하면 흐름을 놓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업무 도구를 소개하는 글에서 기능부터 설명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작성자에게는 익숙한 기능이지만 독자는 이 도구가 왜 필요한지 아직 모를 수 있습니다. 기능이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도 자신의 업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독자가 겪을 만한 상황을 보여주고, 그 상황에서 어떤 불편이 생기는지 이야기한 뒤 기능을 소개하면 같은 내용도 훨씬 쉽게 읽힙니다. 기능 자체가 쉬워진 것은 아니지만 독자가 내용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1. 설명의 순서가 바뀌면 같은 문장도 다르게 읽힙니다
글의 흐름을 확인할 때는 각 문장이 자연스러운지만 보지 말고 왜 이 내용이 지금 나오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앞 문장을 읽은 사람이 다음 내용에 궁금증을 느낄 수 있는지, 새로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미리 제공되었는지 살펴보세요.
문장 사이에 연결 표현을 많이 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따라서’, ‘그리고’ 같은 단어가 문장을 이어줄 수는 있지만 내용의 순서까지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원인보다 결과가 먼저 나오거나 문제를 설명하기 전에 해결 방법이 등장한다면 독자는 다시 앞부분을 읽어야 합니다. 이럴 때는 문장을 고치기보다 문단의 위치를 바꾸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한 문단에서는 하나의 이야기만 전달해 보세요
글을 쓰다 보면 관련된 생각이 계속 떠오릅니다. 하나의 내용을 설명하다가 비슷한 사례를 추가하고, 그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또 다른 정보를 넣게 됩니다.
작성할 때는 모두 필요한 내용처럼 느껴지지만 독자에게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알기 어려운 문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문단에서는 하나의 질문에 답한다고 생각하면 흐름을 정리하기가 편합니다. 문단을 읽은 뒤 핵심 내용을 한 문장으로 말하기 어렵다면 서로 다른 이야기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단이 길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같은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기 위해 길어진 문단은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길이가 아니라 중간에 이야기의 방향이 바뀌는 경우입니다.
고객이 겪는 문제를 설명하던 문단에서 갑자기 제품의 장점을 이야기하거나, 사용 방법을 안내하다가 회사의 개발 과정을 소개하면 독자는 흐름이 끊겼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이 꼭 필요하다면 문단을 나누고 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지 알려주는 문장을 넣어보세요. 작은 구분만으로도 독자는 현재 어떤 내용을 읽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문단과 문단 사이에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각 문단의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도 문단 사이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으면 글 전체가 조각난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 상황을 이야기한 다음에는 문제가 생기는 이유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원인을 설명한 뒤에는 해결 방법이 등장하고, 해결 방법을 이해한 다음에는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이나 주의할 점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꼭 정해진 구조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 문단이 앞 문단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1. 문단의 마지막과 시작을 함께 읽어보세요
글을 모두 작성한 뒤에는 각 문단의 마지막 문장과 다음 문단의 첫 문장만 이어서 읽어보는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두 문장이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 사이에 설명이 빠졌거나 문단의 순서가 어색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앞 문장에서 생긴 궁금증을 다음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어받고 있다면 독자는 큰 노력 없이 글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소제목도 흐름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소제목은 글을 보기 좋게 나누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지금부터 어떤 이야기가 시작되는지 알려주는 안내에 가깝습니다.
소제목만 훑어봐도 글의 전체적인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면 구조가 비교적 잘 잡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제목들이 서로 비슷하거나 순서가 뒤섞여 보인다면 본문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장을 다듬기 전에 글의 구조부터 읽어보세요
초안을 작성한 뒤 바로 맞춤법이나 표현을 고치기 시작하면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기 쉽습니다.
먼저 각 문단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문단은 문제를 보여주는지, 이유를 설명하는지,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문단이 반복된다면 하나로 합칠 수 있습니다. 너무 일찍 등장한 내용은 뒤로 옮기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설명이 늦게 나온다면 앞으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큰 흐름을 먼저 정리한 다음 문장을 다듬으면 수정해야 할 부분도 줄어듭니다. 아무리 잘 고친 문장이라도 나중에 문단 전체를 삭제하거나 옮겨야 한다면 들인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문장이 조금 길더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글은 읽는 동안 크게 막히지 않습니다. 반대로 문장은 짧은데 자꾸 앞부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면 설명의 연결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읽기 쉬운 글을 만들기 위해 모든 문장을 짧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어려운 단어를 무조건 쉬운 단어로 바꿔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독자가 지금 무엇을 읽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고, 다음 내용이 왜 이어지는지 납득할 수 있다면 글은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다음 글을 수정할 때는 어색한 문장부터 찾기보다 문단의 순서를 먼저 살펴보세요. 문장 하나를 멋지게 고치는 것보다 이야기의 자리를 제대로 잡아주는 일이 글을 더 읽기 쉽게 만들 때가 많습니다.